올 여름부터 홍명보 감독이 꺼내든 백3 시스템이 브라질전에서 많은 숙제를 남겼다. 브라질이 세계 최정상급 팀이라 해도, 이번 대패는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 어렵다. 불과 8개월 남은 FIFA 월드컵을 앞두고 불안한 백3 실험이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에서 0-5로 대패했다. 지난 7월 동아시안컵 일본전부터 가동된 백3 전술이 완성도를 보이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

브라질전에서 드러난 전술적 허점

대표팀은 브라질전에서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중원에는 황인범(페예노르트), 백승호(버밍엄 시티) 두 명만 배치돼 있어 중앙 압박에 시달렸다. 수비 빌드업이 원활히 이어지지 않으면서 좌우 윙백의 전진도 막혔고, 측면에서 볼을 빼앗기며 실점이 반복됐다.

특히 브라질의 강력한 좌우 전환과 측면 침투에 한국은 무력했다. 전반 42분 호드리구에게 내준 두 번째 실점은 전형적인 예다. 비니시우스가 좌측에서 롱패스를 받자 수비 라인이 흔들렸고, 카세미루와 호드리구의 연계에 완전히 무너졌다. 개인기와 패턴 플레이에 한국의 백3는 속수무책이었다.

안첼로티 감독의 진단, “수비 간격이 너무 벌어졌다”

브라질 대표팀을 이끄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경기 후 “한국이 백3를 세우면서 중간 압박을 강하게 했지만, 그 부분에서 미스가 많았다”며 “라인 간격이 벌어지며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수비 간격이 넓어지면 강팀일수록 이를 파고든다는 점을 정확히 짚은 것이다.

 

설영우·김민재의 솔직한 평가

오른쪽 수비수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는 백3 전술에 대한 부담을 털어놨다. “백3를 처음 해보다 보니 수비 부담이 크고, 공격 가담 때 불안감이 있었다”며 “백4보다 수비 부담은 덜하지만, 공격 시 더 많이 뛰어야 해서 체력 소모가 크다”고 말했다.

핵심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역시 “강팀과 맞붙을 때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건 좋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백3 시스템의 불완전함을 인정했다.

홍명보 감독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

홍 감독은 “빌드업 과정에서 전방 압박이 많을 땐 롱볼, 압박이 적을 땐 짧게 연결하는 두 가지 옵션을 준비했다”며 “선수들이 실수를 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졌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전술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결정력과 기본기라는 현실적인 진단이었다.

백3, 여전히 필요한 ‘플랜B’

홍 감독은 백3를 “플랜B”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다가올 월드컵 조편성에서 한국이 포트2에 들 가능성이 높은 만큼, 포트1의 강호나 유럽의 강팀을 상대할 때 백3는 수비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대표팀도 본선 대비를 위해 백3 전술을 병행 훈련 중이다.

홍 감독은 현역 시절 아시아 최고의 수비수였던 만큼, 백3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통찰은 누구보다 깊다. 문제는 시간이다. 불과 8개월 안에 백3의 약점을 보완하고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브라질전의 0-5 완패는 아픈 결과였지만, 동시에 ‘오답노트’가 될 수도 있다. 홍명보호가 이번 교훈을 발판으로 월드컵 본선에서 어떤 색깔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본 기사는 플러스티비 스포츠중계 및 현장 인터뷰, 감독 코멘트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플러스티비 스포츠부

취재기자 플러스기자 | plustv7.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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