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4번 타자 문보경(24)이 지난달 27일, 잠실구장에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날 그는 안타 없이 실책 2개를 기록한 뒤 더그아웃 구석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다음 날, KIA전 3회 말 타석에서는 3점짜리 좌월 홈런을 터뜨리며 분노와 자부심에 휩싸인 “포효의 주포”로 돌아왔다.
문보경의 울음은 LG 팬들 사이에서 이미 징크스처럼 여겨진다. 눈물 이후 경기를 뒤집는 ‘울보경’ 효과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그는 슬럼프에 빠졌지만, 스스로를 다잡고 비디오 분석과 훈련 방식을 바꾸며 부진을 타개해왔다.
데뷔 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온 문보경은 2021년 LG 최연소 3할 타자를 기록했고, 2023년엔 3할-20홈런-100타점 클럽에 가입했다. 전반기엔 타율 0.287, 14홈런, 63타점을 기록해 리그 상위권 타격 지표를 유지 중이다.
특히 이번 시즌 그의 4번 타순 성적은 압도적이었다. 4번타자로서 기회 상황에서 타점을 올리는 능력과 해결사 본능이 돋보였다. 19경기에서 타율 0.380, 4홈런, 19타점을 기록하며 같은 포지션 리그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스포츠동아는 “4번 타자로서 주자 유무에 관계없이 중심을 잡았고, 7회 이후 만루 등 살얼음판 승부처에서도 0.750의 타율로 맹활약했다”고 평가했다.
부담감은 있었다. 문보경 본인도 “살면서 4번 타자는 처음이라 무게가 컸다. 팀 성적까지 생각하면 마음이 더 무거웠다”고 솔직히 밝혔다. 그렇지만 “막강한 타선에서 4번 타자를 맡는 건 자부심”이라며 당당하게 임하고 있다.
LG는 후반기를 앞두고 신중히 팀 전력을 점검 중이다. 문보경은 “후반기 목표는 우승, 개인 타이틀은 없다”며 “모든 경기에 나가 내 몫을 다하면 팀도 우승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제 문보경의 눈물은 단순한 감정의 발로가 아니다. 그는 이를 통해 자극받고, 성장해 왔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홈런으로 응답했다. 전반기를 마친 그는 후반기에도 ‘울보경 징크스’를 넘어 LG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준비가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