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으려면 보여줘야죠"…벼랑 끝에서 부활한 KIA 고종욱의 기적 같은 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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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MVP]
벼랑 끝에서 다시 일어섰다.
KIA 타이거즈의 베테랑 외야수 **고종욱(36)**이 화려한 반등으로 주간 MVP를 거머쥐며, 커리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고종욱은 7월 첫째 주, 주간 6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타율 **0.409(22타수 9안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특히 팀이 거둔 4승 중 3경기에서 결승타를 책임지며 존재감을 뽐냈다. 조아제약과 본지가 선정한 주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그는 “이렇게까지 잘할 줄 몰랐다. MVP까지 받게 돼 얼떨떨하고 기쁘다”며 멋쩍게 웃었다.
사실 고종욱은 올 시즌 초까지만 해도 사실상 1군 전력에서 잊힌 선수였다.
지난 6월 6일 어렵게 1군에 등록됐지만, 첫 역할은 대타나 대주자였다. 그러나 프로 15년 차의 노련미는 결코 녹슬지 않았다. 출전 기회를 한 경기, 한 경기 놓치지 않고 안타로 쌓아올리며,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타격감을 보여줬다. 이범호 감독의 신뢰를 얻으며 1군에 완전히 안착했다.
■ 커리어와 고비…그리고 ‘마지막 각오’
고종욱은 통산 타율 **0.304(역대 25위)**를 기록한 대표적인 교타자다.
특히 넥센 히어로즈 시절이던 2016년에는 176안타를 몰아치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어깨와 발목 등 잔부상이 겹치며 성적이 하락했고, 2021 시즌 이후 SSG에서 방출됐다.
테스트 끝에 KIA 유니폼을 다시 입었지만 반등은 쉽지 않았다. 팀이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23년에도 그는 1군에서 단 28경기만 소화했다. 현재 보유 중인 **FA 2년 계약(최대 5억원)**도 이번 시즌을 끝으로 종료된다. 사실상 올해가 '선수 생명을 건 최종 관문'이다.
그러나 그는 오는 12월 첫 아이 출산을 앞둔 아내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올해가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다. 그래도 지금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
■ 고종욱의 말, 그리고 진심
- 맹타의 비결은?
“전성기처럼 많이 뛴 것도 아니라서 비결이랄 건 없어요. 날씨가 덥다 보니 잘 먹고, 잘 쉬면서 하루하루 컨디션 조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콜업 당시 어떤 심정이었나.
“사실 기대를 안 했어요. 작년에도 경기를 거의 못 뛰었고, 올해도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죠. 마음을 많이 내려놨는데, 아내가 ‘야구선수로서 마무리를 잘해야 하지 않겠냐’며 용기를 줬어요. 5월부터 다시 준비했고, 이렇게 기회가 빨리 올 줄은 몰랐죠.”
- 가장 전환점이 된 순간은?
“6월 22일 드류 앤더슨(SSG)을 상대한 경기였던 것 같아요. 정말 빠른 투수인데 타이밍 잡기에 집중했죠. 그 이후부터 조금씩 타격감이 올라왔어요. 감독님이 계속 기회를 주신 덕분이에요.”
- 지금 타격감, 커리어 최고인가요?
“2016년엔 그냥 ‘뭣도 모르고’ 잘 됐던 거고, 2019년엔 조금 야구가 늘었다고 느꼈죠. 그런데 꾸준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살아남으려면 보여줘야 하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 계약 종료를 앞두고 불안감은 없었나.
“올 초에는 정말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내년에 다른 일을 해야 하나’ 하고요. 솔직히 구단 입장에서도 2군에서만 뛰는 베테랑보다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죠. 그래서 지금 1군에서 뛸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매 경기 전력을 다하고 있어요.”
- 성적 기복의 이유는?
“2018년, 2020년엔 어깨랑 발목이 좋지 않았어요. 부상은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더 잘 관리했어야 했죠.”
- 대타 타율이 5할인데?
“15년 야구했으면 대부분의 투수는 다 상대해봤잖아요. 익숙한 투수 상대로는 공이 머릿속에 그려지더라고요. 신인보단 대처가 쉬운 것 같아요. 무엇보다 지금은 단순히 ‘야구를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쁘고 행복해요.”
■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절실한 해
“신인 땐 2군에 있어도 괜찮았어요. 어린 나이였고, 기회가 올 거라 믿었죠.
하지만 작년엔 우승을 TV로만 봤고, 올해는 계약 마지막 해인데 계속 2군에만 있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어요. 정말, 야구 인생 통틀어 가장 힘든 시즌이었습니다.”
그는 **“전반기를 좋은 흐름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며 “올스타 휴식기 동안 잘 준비해서 팀 순위를 높이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종욱은 지금, 마지막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 무대에서 여전히 **'실력으로 말하는 법'**을 알고 있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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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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